카자흐스탄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 02 by swon




독립한지 25년 그런데 아직도 초대 대통령

얼마전, 중국의 열병식이 국제적인 화제였다. 
시진핑 주석 옆 각국 정상들의 자리 배치로 외교 상황을 파악하니 뭐니 뉴스도 많이 나왔는데… 
이 장면 보신 분들 많을거다. 나도 아침에 뉴스를 켜자마자 아는 얼굴 둘이 한 화면에 뙇! 나와서 깜짝 놀랐다. 현 카자흐스탄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어색한)미소를 짓고 있는게 아닌가!


아침에 이 장면 보고 '어맛! 깜짝이야!'
이미지 출처 Kazinform

左 나자르바예프 / 右 푸틴 사이의 노랑색 그 분;;;
이미지 출처 Tengri News

이번 중국 열병식의 중요 정상 Top 5 중 하나이기도 했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현대화된 카자흐스탄을 말하는데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구 소련이 붕괴하던 1991년, 카자흐스탄도 그해 12월 독립을 선언하고 1992년에 선거를 통해 통해 나자르바예프를 초대 대통령을 선출했다. 카자흐 족 최초의 주권국가인 카자흐스탄 공화국Republic of Kazakhstan의 탄생이었다.
(예리한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과 영문국가 약자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RoK, 카자흐스탄은 RK를 쓴다고 한다. 양국은 해외 사이트에서 국적 선택할때 사이좋게 아래/위로 자리하고 있는, 나름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1992년 최초의 직선제로 선출된 초대 대통령이 바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소련 해체 흐름이 임박했을 당시 카자흐 지역의 당서기장이었다는데, CIS 결성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어쨌든, 독립 후 2015년 현재까지 대통령을 무려 25년동안 연임하고 있는, 독재인 듯~ 독재 아닌~ 독재같은 너~ 아니 대통령 그리고 국부(國父) 되시겠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분의 대통령직 선출 과정 자체에(외견상으로) 독재/불법적인 요소가 없다는 거다. 지난해 4월에 치뤄진 대선 결과를 보면 아주 빵 터진다.

- 총 투표율 : 95.2%
- 득표율 : 나자르바예프 현대통령(97.75%) / 다른 후보 1(1.61%) / 다른 후보 2 (0.64%)

국립카자흐스탄 박물관 로비의 대통령 초상화
어느 나라의 반신반인 추앙 수준으로 
초상화며 동상들이 가득하다

저 옛날, 우리의 줄투표, 체육관 투표도 이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 싶은 결과다. 
슬쩍 현지인들에게 대통령 선거에 대해 물어보니, 독립 후, 다른 CIS 국가들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장본인이기에, 국민들 역시 그의 연임에 큰 불만이 없는것 같단다.(이 역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민심인 듯;;;) 
아직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주변 ~스탄 국가들 사이에서는 월등히 앞서 있으며, 현재 러시아 권 경제지역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경제규모가 크다고 한다. 몇년전 조사에 따르면 국가 경쟁력 순위는 이미 러시아를 크게 앞질렀다고 하니(2015 WEF 기준 42위/러시아 45위) 이러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가 살짝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는 연임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등의 말도 안되는 헌법 개정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등, 독재정권의 핵심정신을 잇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70~80년대 냉전시대를 훌쩍 지나 전세계가 '자본'이라는 원리로 돌아가고 있는 21세기에 최적화된, 나름 진화한 독재 정권의 모델이 아닐까. 

덧. 몇년전 자원외교를 외치던 MB가카의 절친이자 사우나 외교 파트너가 바로 요기 대통령이었다고;;;;



유럽이냐, 아시아냐 그것이 문제로다


2002년 우리의 월드컵 4강 진출처럼, 국제 규모의 스포츠 대회엔 언제나 이변과 함께 도깨비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올해 유럽챔피언스리그 이변의 주인공은 바로 카자흐스탄이다. 쟁쟁한 유럽의 강국들 사이에서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루어낸 FC아스타나 팀 덕분에, 아스타나는 꽤나 흥분한 눈치다. 다음달 아스타나 아레나에서 네덜란드와 경기가 있다는데, 이 도시의 공기가 어떻게 변할지 아주 기대가 된다.
그런데 왠 유럽챔피언스리그? 카자흐스탄은 월드컵 예선전에서 우리와 가끔 마주쳤던 이름 아니었나?
알고보니 2002년, 카자흐스탄 축구연맹은 아시아협회에서 탈퇴해 유럽축구연합으로 소속을 옮겼단다. 통 크게 출신 호적(!)을 옮기는 결단의 뒷 배경을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 중앙에 서 있는 이 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그에 따른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가면 이 곳은 유럽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에 가보면 아시아 지역으로 분류된다. 정작 본인들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 도심 분위기를 봐도 유럽과 아시아 그 어느 곳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대신, 도심 곳곳에 붙은 유라시아라는 이름을 단 각종 회사와 학교 간판들을 보며 이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했고, 또 어떻게 불리우고 싶은지 살짝 짐작해볼 뿐이다. 기존의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끼어 휘둘리던 과거에서 벗어나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주인공으로 세계 속에 한자리 하고 싶은게 아닐까.
이 지점이야 말로 앞으로 내가 이 곳에 있을 10개월동안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까레이스키 디스카운트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아스타나는 사설택시가 성행 중이다. 길거리에서 손을 들고 있으면 택시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와서 선다. 행선지와 금액을 흥정하고 맞으면 탄다. 이런 유연한 택시 시스템이라니, 처음엔 너무 당황했지만 열흘정도 된 지금, 꽤나 현지상황과 잘 맞는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간. 아스나타의 첫 주말을 중심가에서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았다. 다행히 영어가 되고 심지어 한국에서 공부도 한적이 있다는 카자흐 훈남 청년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릴때가 되서 가방을 뒤적이며 지갑을 찾는데 돈은 필요 없단다. 본인이 한국에 있을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국과 한국인을 참 좋아한다며 돈은 넣어두란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까페에 있는데, 주문을 받았던 슬라브계열의 아리따운 언니가 얼굴을 붉히며 내 자리로 찾아왔다. 혹시 한국인이냐고, 한국어를 너무나 배우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하냐고. 눈 뜬 장님, 소리내는 벙어리 신세인 나를 대신해, 하우스메이트 친구가 안내를 해줬다. 그 언니는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더니, 너무나 고맙다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아스타나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수업 접수날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현장을 방불케 한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부터 세련된 화장을 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까지, 엄청난 인원이 몰려서 2~3시간을 기다려 접수를 한다. 대기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만 건네도 얼굴이 빨개지며 좋아한다.
또, 슈퍼에서 잔 돈 찾고 있는데, 주인장이 "너 한국인이야? 그럼 잔돈 필요 없어!" 하고 쏘 쿨하게 자투리 금액을 깎아줬다는 내 하우스메이트의 사연도 있다. 


한국어 수업 등록신청 대기실의 모습
이런 인원이 문화원 내 다른 곳에도 가득했다

한국 문화원 내 빅뱅 판넬.
옛날 자료라 최신 버전(!)으로 바꾸고 싶으시다는데, 
YG 연락할 방도가 없다고;;

내가 짧게 경험한 카자흐스탄 내 한국의 이미지는 대충 이렇다. 
특히나 젊은층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단순히 K-Pop의 힘만은 아닐진데(물론 이들의 공로가 가장 크다. 정부는 SM.YG.JYP 아이돌에게 무궁화 훈장을 수여하라!) 도대체 이 머나먼 곳의 사람들이 접한 한국이 어떠하길래 이렇게 호감을 보일까.

그 시작에는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당한 고려인, 까레이스키가 있다.
1937년, 급변하던 만주 정세 속에서 소련 정권에게 불순세력으로 분류되어 연해주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 곳 카자흐스탄에 강제이주당한 고려인들의 역사가 어느새 80여년이 되었다. 2017년은 고려인 이주 80주년이자, 대한민국-카자흐스탄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 황량한 벌판에 맨 몸으로 던져진 고려인들은 현지인들조차 포기한 땅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불모지였던 카자흐스탄의 들판은 식량생산이 가능한 농장으로 바뀌어갔다. 카자흐스탄 주요 수출 품목 중에는 농산물(정확한 통계를 아직 찾지 못했다)도 있다는데, 바로 이 식량 수출이 가능한 기반이 되었던 것이 고려인들이 중심이 된 콜호츠(집단농장)의 높은 생산량이었단다. 

카자흐 족에게 과거 고려인들의 끈기와 열정으로 '까레이스키'라는 존재를 알렸다면,
지금은 이 곳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Hot 한 K-Pop의 나라, 한국이 되었다. 
80년이라는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참 짧겠지. 이토록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까레이스키들이 신기하긴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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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카자흐스탄의 기본 국가 개요에 대해 적어 보았다.
초록색/흰색 검색창에 검색 했을때 나오는 그런 "인구- 몇명~ 면적-얼마~" 같은 데이터보다는, 
실제 이 나라에 대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무작정 접한 나같은 이방인의 느낌을 최대한 남기고 싶었기에, 최대한 내 느낌을 강조해 적어보았다.

앞으로 10개월. 한 나라를 알아가기엔 참으로 부족한 시간이 아닐수 없겠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또 담아가고 싶다. 
광주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 아스타나 생활에서 또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많이 부지런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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