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드라마 [눈 먼 사람] - 생각해보니... by swon


판소리드라마 [눈 먼 사람] - 심학규 이야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15.03.15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아!' 싶었다.
눈 먼 이야기꾼 심학규씨는 이미 초반부터 이 작품이 비극이 될것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이야기라는 그 말이 오늘 이 작품의 막공이어서 한 얘기가 아니었던거다.

생각해보니, <심청전>은 설정부터가 비극에 더 가까웠다. 봉사 홀아비가 젖동냥하며 키운 딸. 그 귀한 딸은 망할놈의 돈 때문에 부잣집 수양딸이 되니 마니 하다 결국엔 결국 돈에 팔려 제물이 된다.  <심청전>이 처음으로 불려졌던 그 시대가 이미 '돈이면 다 된다'가 통하는 그런 무서운 세상이었고 2015년 지금도 크게 다를바 없는 세상임에도 이 설정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심청전의 하이라이트-인당수 풍덩 혹은 봉사잔치에서 눈 번쩍 등등- 에 뭍혀 우리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런데 이 공연의 눈먼 이야기꾼은 판타지 너머로 사라지려던 그 설정(현실)을 굳이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무대막 너머 그림자로 사라지는 심봉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머릿속의 수많은 현실들이 두서없이 뒤섞여 아우성쳤다.

또 생각해보니, 판소리꾼의 역할은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명창이니, 무형문화재니 이런 글자에 가려 판소리와 소리꾼의 원래 역할을 잠시 잊고 있었다. 소리꾼 한 명이 오늘처럼 자신을 빙 둘러싼 관객을 쥐락 펴락, 들었다 놨다 하며 썰을 풀어냈을거다. 꼬꼬마때부터 들어 알고 있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스포 100%의 이야기에 이렇게 흠뻑 빠지게 될 줄이야.

무엇보다도 이미 공연 후반부터 눈가가 붉어진 소리꾼의 커튼콜 감사 인삿말에 내 가슴도 오랫만에 설레었다. 녹록치 않은 여러 환경 속에서 이루어낸 무대의 희열로 가득찬 그의 목소리에서 꽤 오랫만에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그래, 이런 두근거림이었다. 내가 이 곳에 서 있게된 시작 말이다.

여러모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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