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 천관산, 정남진 전망대 by swon

2014.10.25

전남 강진 설록다원 - 월남사지 - 분홍나루 - 마량항(점심) - 전남 장흥 천관산 - 정남진 전망대



천관산 그리고 억새평원


마량항을 출발해 23번 국도를 타고 10여분 정도 달리면, 탁 트인 들판 위로 우뚝 솟은 바위산이 시야에 가득 찬다. 산 등성이에 삐죽삐죽 솟은 바위가 인상적인 이 산이 바로 오늘 등산을 하려는 천관산이다. 꼭대기 부분에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영암 월출산과 마찬가지로, 드넓게 펼쳐진 남도의 평야 위에 솟아 있어 그 존재감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데, 남도의 산들이 매력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박력있게 수직으로 솟아오른 바위산와 수평으로 드넓게 평야와 푸른 바다의 대조적인 조화가 어우러진 곳이 바로 남도의 산인듯 하다.

오늘 예상등산코스는 탑산사 주차장(문학공원)에서 시작해 닭봉 → 닭봉헬기장 → 연대봉 → 억새평원 →구룡봉 →탑산사→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반대편 장천재에서 시작해 연대봉까지 오르는게 일반적인 것 같은데, 저질 체력의 게삼십대 딸과 어딜가든 경로우대조건에 해당되는 연로하신 유여사님의 체력을 고려해서 산 중턱까지 차로 올라갈수 있는 탑산사 코스를 선택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유여사님이 계속해서 '우리 길 잘못 들었다, 이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주장하시는게 아닌가. 평소의 길눈 감각 제로이신지라 아니라고, 엄마 또 알지도 못하면서 우기지 말라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이게 왠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계획대로라면 하산길에 나와야 할 탑산사(큰절)이 나오는게 아닌가. 등산에 앞서 분명히 안내표지판을 보고 코스를 확인했는데, 도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이정표를 봤는지 처음의 계획과는 완전히 반대 코스로 등산하는 대참사가 발생한거다.

'거봐라, 내 말이 맞지 않느냐 엄마 알기를 우습게 안다' 기세등등 목소리 톤까지 높아진 여사님께 비굴하게 '그럴수도 있지~'라고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헉헉대며 절벽에 세워진 탑산사 마당에 도착했다. 대웅전 마당에 서서 뒤를 돌아본 풍경은 한참을 이어진 모녀의 실갱이를 단숨에 종료시켜버렸다. 정말 탄성만 나왔다.


천관산 기슭 깊은 곳에 들어앉은 탑산사의 경치는 가히 장관이었다. 산등성이에 기암괴석을 얹은채 급히 내달음치던 천관산 산줄기는 가을 햇살에 누렇게 물든 평야를 만나 그 기세를 순식간에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그 들판의 끝에 이어지는 남해 회진포의 푸른 바다와 만나 그 선을 이어간다.
정말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치에 감탄하고 있을때, 유여사님께서는 대웅전에 들어가셔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다시 자식들 안녕을 비셨다. 정말, 엄마 덕분에 내가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사는게 맞다.


다시 길을 재촉해 구룡봉으로 이동했다. 구룡봉 올라가는 길목의 계단에는 장흥을 비롯한 천관산에 대한 간단 퀴즈들이 적혀있어 하나씩 읽으며 올라가는 재미도 쏠쏠했다.(그런데 많이 낡아서 군데군데 글씨가 잘 안보이는 것들도 많은 것이 아쉽다.)

구룡봉에 올라서니 앞서 탑산사에서 본 경치와는 또 다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푸른 다도해 바다가, 동쪽으로는 저 멀리 두륜산과 월출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남으로 한라산, 북으로 무등산까지도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구룡봉에서부터는 산 정산의 능선을 타고 걷는 완만한 구간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억새평원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대나무가 솟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진죽봉을 조망하며 산책하듯 걸어가면 또 다른 뷰 포인트 환희대에 도착한다.

다시 한번 아이폰 파노라마 기능에 경의를! (꼭 클릭해서 보기)
알고보니 저 멀리 보이는 회진포 바다와 그 산등성이가 <선학동 나그네>의 그 곳 이란다.
진죽봉 Part 1 -> 이런 바위들이 능선을 타고 계속 이어진다

환희대에 도착하니 아이스크림을 파는 분이 계신다. 어머나, 세상에나. 난 내 한 몸 챙겨 오르는것도 힘들었는데, 본인 키 반만한 아이스크림통을 이고 산에 오르셨네. 왠지 하나 먹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가격을 물었더니 1,500원이라고. 이 산 꼭대기에서 겨우 1,500원이라는 기특한 가격에 감동하신 유여사님께서 흔쾌히 사주셨다.ㅋㅋㅋ 마지막 남은 메론맛 아이스크림 득템해서 쭉쭉 빨며 연대봉까지 슬렁 슬렁 걷는다.
억새축제가 열리는 10월 초순 만큼의 절정은 아니겠으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등성이와 그 위의 억새군락은 여전히 장관이다. 게다가 연대봉까지 억새군락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길은 정말 완만한 능선이라 경치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걷기에도 좋다.

제발 클릭해서 봐줘요 ㅠ

<1박 2일>의 흔적들ㅎㅎㅎ

해가 점점 더 기울고 있다. 이제 하산해야 할 때. 연대봉에서 불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려고 했는데, 도무지 내려가는 일을 못찾겠다 싶어 닭봉 헬기장까지 거슬러 올라가 닭봉 루트로 내려가기로 결정. 그런데 KBS <1박 2일> 팀이 여기도 왔던 모양인지, 닭봉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은지원.이수근 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런 산을 타고 다니다니(분명 끼니를 건 미션 수행이었을터), 그 사람들 고생깨나 했겠다 싶다.

원래 등산루트와 완벽하게 반대의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이 길은 나무 한그루 없이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는 가을 햇살을 정통으로 받는 코스였다. 이미 올라오며 흘린 땀으로 선크림 다 지워졌을텐데 아아... 주근깨가 솔솔 돋아나겠지...ㅠ
그렇게 1시간 동안 정면으로 가을 햇살을 맞으며;;; 다시 탑산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내려오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이 절경을 뒤에 두고 내려와야 한다는게 그렇게 아쉬울수가 없다.

정남진 전망대

이왕 장흥까지 왔으니 정남진을 안보고 갈수가 없지. 천관산에서 다시 차로 10여분을 달리면 정남진 전망대가 나온다.
광화문 기점으로 정동 방향에 있는 곳이 그 유명한 정동진이고 이곳은 정남 방면에 있어 정남진이다. 정동진의 유명세에 자극받은 장흥군에서 관광자원 차원에서 개발한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럼 정서진과 정북진은 그럼 대체 어디에? 라는 질문이 안나올수가 없지. 그 답은 여기 참조 http://the13gak.tistory.com/23

제발 이 건물의 의미와 상징성을 좀 해석해줘요
심지어 이 대형 굴렁쇠(!)의 작품명은 '율려'라고

그래도 석양은 아름다웠다

어쩌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요즘이다. 정부예산으로 퍼부어지는 그 엄청난 돈들을 이용해 건물도 짓고, 다리도 놓고,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들 이다.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그들의 감각과 수준이 높아야만 이 나라의 각종 행정과 시스템이 세련되지고 수준이 올라가는거다.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분들이니 분명 똑똑하고, 계산이 확실하며 꼼꼼할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주변을 돌아보고 조화를 이룰수 있는 디자인을 고르는 감각과 센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말하고픈 주제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상한 모양의 전망대 건물과 역시나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알수 없는 대형 조형물을 보고 있자면 정말... 윽...

물론 전망대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을 통해 태양을 상징하는 둥근 돔과 황포돛배를 상징화했다는 건물 형태에 대한 설명은 읽었지만 그 의미에 도무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에, 이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의 자연환경을 조금이라도 둘러보고 고려했는지 묻고싶다.
이건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전 벌교를 지나다 발견한 꼬막웰빙센터만 해도 그 앞의 벌교천의 넘실대는 갈대밭 위로 황당하게 서있었다. 전국의 지자체가 관광 자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뚝딱뚝딱 세워버린 멋없는 건물들, 구조물들이 전국에 즐비하다. 엄청나게 예술적인 건물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변 환경과 균형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고를 수 있는 공무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황당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정남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다웠고,
서쪽 산등성이로 넘어가던 남도의 저녁 노을은 여전히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장흥군 입성

원래 율포 해수녹차탕에서 목욕을 하고 인근 민박에서 1박 할 계획이었으나, 이동시간까지 계산해보니 목욕이 불가능할 듯 해(율표 해수녹차탕: 저녁 8시까지) 바로 광주로 올라오기로 결정했다. 그 유명한 장흥삼합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장흥천 건너편 토요시장골목을 벗어나 장흥 군청 근처로 이동해 동네분들이 갈 법한 백반집을 찾다가 발견한 곳, 영창식당.
가격도 6000원으로 기특하고 식사도 완전 푸짐하다. 먹느라 정신 없어 사진을 못 찍었는데 완전 대박. 확실히 바닷가 근처여서인지, 각종 나물 중심의 광주 백반에 비해 압도적으로 해산물이 많다. 식당 문 앞에 게 한 무더기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며 한자루 담겨 있더니, 꽃게 잔뜩 들어간 된장찌개에 게장까지 이건 뭐 게 특집이다. 그리고 서대구이, 각종 젓갈까지 해산물로 한 상 가득 나왔다. 남는 반찬이 아까워 락앤락을 챙겨오지 못함을 안타까워한 두 모녀였다.ㅎㅎㅎ


[전남 강진 - 설록다원, 월남사지] 보기
[전남 강진 - 고바우전망대(분홍나루), 마량항] 보기

 


TIP.

- 등산루트 : 탑산사 주차장(문학공원)→탑산사(큰절)→구룡봉→ 환희대→억새평원→연대봉→닭봉헬기장→탑산사 주차장(총 3시간 20분 소요)
- 마량항에서  23번 국도로 접어들어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육지와 고금도를 잇는 빨간색 고금대교가 보인다. 누런 들판과 어울려 제법 좋은 경치였다.
- 탑산사 주차장은 천관 문학관 주차장에서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
- 정남진 전망대 주차장은 매우 좁다. 차량 10대도 수용 못할듯 한 공간이라 사람 몰릴때는 입구 밖에 세워두고 올라가는 것이 속편할듯 하다.
- <서편제>, <당신들의 천국>, <눈 길>, <선학동 나그네>의 작가 이청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문학기행으로 장흥을 선택해도 좋겠다. 탑산사 주차장의 문학공원을 비롯해 곳곳이 그의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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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블로그앤미 2014/11/07 16:46 # 답글

    안녕하세요. 블로그 내용이 좋아서♡ 블로그모음 서비스인 블로그앤미(http://blogand.me) 에 등록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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